제주 바닷가 끝자락, 골목을 돌면 만나는 작은 감동
시내에 낙지볶음집이야 수도 없이 많건만,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의 이 작은 골목까지 찾아온 건 단순히 ‘식사’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 먼 곳까지 와야 하나?”
하지만 그 의문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투박한 제주 돌담 사이로 나타난 작고 녹슨 입간판,
그리고 소박한 옛 제주 주택을 개조해 만든 따스한 외관이 그 자체로 '동카름'의 첫인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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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당에는 다육이와 나무 화분이 놓여 있었고,
낮은 지붕 아래 단출한 입구는 오히려 ‘제주에서만 가능한’ 감성을 극대화합니다.
협소한 공간, 낮은 천장, 하지만 그 안에 머무는 온기.
마치 오래전 가족이 함께 식사를 나누었을 것 같은 풍경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맛’보다 ‘풍경’이 먼저 채우는 한입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창문 프레임 너머로 펼쳐지는 신촌포구의 바다 풍경입니다.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나무다리와 갯바위 풍경은,
그 자체로 낙지볶음의 양념처럼 이 식사의 배경이 됩니다.
흐릿한 날씨였지만, 오히려 그 흐림이 배경을 부드럽게 감싸줬고
소박한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마치 한 장의 정물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낙지볶음의 ‘적당함’이 주는 깊은 여운
이 집의 낙지볶음은 과하지 않습니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추기름, 알맞게 볶아진 양파와 대파,
그리고 촉촉한 낙지살이 탱글하게 입 안을 채웁니다.
고춧가루 베이스의 양념은 맵고 달콤하지만 과하지 않고,
불맛은 살짝 스쳐가는 정도로 '화유(火油)'의 흔적을 남긴 수준.
불향보다는 낙지의 본연의 식감과 조화된 양념의 균형감이 돋보였습니다.
진득하게 눌어붙지 않도록 볶아낸 센불의 기술도 인상적이었고요.
곁들임과 비빔의 미학
밥은 따로 나옵니다.
그 위엔 김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고, 곁에는 콩나물과 미역무침이 나란히 자리 잡습니다.
여기에 낙지볶음을 얹고 쓱쓱 비벼 한입 먹으면,
그 조화는 가히 ‘가정식 이상의 만족감’을 줍니다.
된장찌개엔 딱새우가 들어가 감칠맛이 진하게 배어 있고,
맵고 진한 낙지볶음과 번갈아 먹기엔 더할 나위 없는 구성입니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미역초냉국은 매운맛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음주자에게는 약간의 비극, 그 외엔 완성도 높은 한 끼
물론 단점이 없진 않습니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차량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말이나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상당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이런 곳에서 이런 음식을’이라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죠.
특히, 제주 유산균 막걸리 한 모금과 함께라면
그 자체로 짧은 여행의 완결이 됩니다.
‘동카름’은 한 그릇의 제주다
이 집은 단순히 낙지볶음 맛집이 아닙니다.
제주의 오래된 정취와 골목길의 감성,
그리고 오션뷰까지 담아낸, 일종의 ‘감각적 공간’입니다.
'불맛 강한 낙지볶음'을 기대한 이에게는 약간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과하지 않은 맛의 절제미'를 아는 이라면 오히려 이곳의 깊은 여운에 더 감탄할 것입니다.
재방문? 당연하죠.
다만, 넉넉한 시간과 마음을 가지고 찾아가시길 권합니다.
‘맛’보다 더 중요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 위치 확인하기: 동카름 (네이버 지도에서 보기) → https://naver.me/FW6h0mu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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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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