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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사회복지정책]

김새론 배우 죽음 만큼이나 안타까운 죽음(길원옥 할머니 추모글)

by 돌쇠마씸 202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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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두 명의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젊고 유명했던 배우 김새론 씨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 길원옥 할머니.

김새론 씨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애도 속에서 널리 추모될 것이기에

나는 오늘 조금 소외된 길원옥 할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녀를 기억하는 글을 남기고자 한다.

고통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저항의 삶

길원옥 할머니는 1928년 평안북도 화천에서 태어나셨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평양시 보통강 근처로 이사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평범한 어린 시절로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소녀였던 길원옥은 아버지를 구할 방법을 찾다가 “만주에서 공장에 취직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홀로 만주행을 결심했다. 평양역에서 여러 여성들과 함께 기차에 태워졌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공장이 아니었다. 그곳은 일본군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최전선, 만주의 전쟁터였다.

그곳에서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로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터로 끌려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빼앗긴 채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해방 후에도 끝나지 않은 아픔

1945년, 그녀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해방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 자유는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 인천항으로 돌아온 그녀는 전쟁이 끝났지만 모든 것을 잃은 채였다. 그녀에게는 가족도, 고향도, 살아갈 터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돈을 벌어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나 남북이 분단되면서 그녀는 결국 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녀의 삶은 해방 후에도 전쟁의 그늘 속에서 계속됐다.

피해자에서 활동가로, 정의를 위한 싸움

1998년,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하고 침묵을 깨기로 결심했다. 그는 피해자로서만 존재하기를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 매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 유엔 인권이사회(UNHRC),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등 국제 무대에서 증언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세계에 알렸다.
  • 호주, 캐나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여러 나라를 돌며 전쟁 속 여성 인권 침해의 현실을 고발했다.

그녀는 단순히 보상금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인정하고 정의로운 해결이 이뤄지기를 바랐다.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배가 고파 밥을 달라는 게 아니에요,
옷을 입혀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라는 것이고,
그 진실을 기반으로 해서 공식 사죄, 법적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2025년 2월 16일,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외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성의 역사는 곧 수난의 역사였다

길원옥 할머니의 삶을 돌아보면, 여성의 역사는 곧 억압과 희생, 그리고 저항의 역사였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다.

  • 20세기 초 유럽의 전쟁에서,
  • 1990년대 발칸반도의 내전에서,
  • 오늘날에도 전쟁이 벌어지는 모든 곳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전쟁의 전리품처럼 다뤄지고 있다. 여성의 몸은 폭력의 대상이 되고,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책임지지 않는다.

길원옥 할머니가 생전에 했던 활동은 단순히 개인의 정의 실현이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인권을 위한 투쟁이었다.

기억하고 행동하라 – 길원옥 할머니를 추모하는 방법

길원옥 할머니의 삶을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가 원했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 여성에 대한 폭력을 침묵하지 말자.
  •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려는 시도에 맞서자.
  • 여성 인권을 위한 법과 제도를 강화하자.
  •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자.

그녀가 떠난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금 다짐해야 한다. 그녀가 평생 외쳤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계속해서 기억하고 이어나가야 한다.

길원옥 할머니가 생전에 활동했던 단체를 방문하거나, 그녀의 삶을 기록한 자료들을 직접 살펴볼 수도 있다.

 

길원옥 할머니 관련 정보 및 추모 사이트

할머니 영상 보기

 

길원옥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그녀가 간 세상에서는 더 이상 고통도, 아픔도 없기를.
그녀가 남긴 뜻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기억하고 행동할 것이다.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안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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